2025년 9월, 한국의 간편식(HMR)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달 기준(HS 2106.90.9099 + 1902.30.9000 합산) 수출액은 73,714,490달러(USD) 로 전년 동월 대비 +32.3%, 전월 대비 +22.5% 증가했다. 이는 관세청 통계로 확인되는 역대 최고 월 수출액으로, 불과 4개월 전(5월 71.8M)을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라면 다음은 간편식’이라는 시장 흐름이 숫자로 입증된 셈이다.
라면 중심에서 간편식 중심으로
그동안 K-푸드 수출의 주인공은 단연 라면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간편식(HMR) 항목은 즉석밥, 컵누룽지, 냉동김밥, 떡볶이 같은 ‘전자레인지형 조리식품’이 주류를 이루며, 쌀 기반 간편식의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들 품목이 포함된 가공 쌀 제품(Processed Rice-based Foods) 수출은 전년 대비 +41.9% 증가했다. 특히 미국·동남아·일본을 중심으로 냉동김밥과 컵떡볶이 같은 한식 간편식이 ‘한류 간식’을 넘어 글로벌 메인스트림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흐름이 9월의 수출 데이터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라면이 ‘K-푸드 1막’을 열었다면, 간편식은 ‘K-푸드 2막’을 본격적으로 이끌고 있다.

데이터가 말하는 변화의 신호
5년간의 월별 데이터를 보면, 간편식 수출은 2020년 평균 4천만 달러 수준에서 2025년 들어 6천만 달러대 후반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9월 수치는 그 중에서도 단일월 최고 기록이다.
이건 단순한 계절적 반등이 아니다.
- 해외 HMR 시장의 구조적 성장(연평균 +7%)
- 쌀·떡류 기반 프리미엄 제품의 ASP 상승
- 유통망 다변화(코스트코·H마트·티몰 등)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런 주식, 지금 관심가질 때다
데이터는 이미 방향을 말해준다. 간편식(HMR)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건, 결국 실적이 따라올 기업들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① CJ제일제당(097950)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종목은 CJ제일제당(097950) 이다.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41개국에서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냉동김밥·떡볶이 등 쌀 기반 간편식 라인업이 미국·동남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J는 이미 라면과 만두를 넘어 ‘글로벌 HMR 종합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수출액 성장률이 9월 데이터와 거의 동일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② 오뚜기(007310)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의 또 다른 주축은 오뚜기다. 즉석밥·컵누룽지·파우치형 카레 등 즉석식 제품군이 폭넓게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와 일본 시장에서 한식 간편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가성비 제품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건강식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로 전환 중이며, 해외 수출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③ 풀무원(017810)
풀무원은 최근 HMR과 글로벌 비건식품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일본 법인을 중심으로 냉동 파스타, 아시안 누들, 떡볶이, 만두 등 간편식 라인을 확대 중이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Pulmuone’ 브랜드로 H마트, 월마트 등 주요 유통망에 진출했다. 또한 비건·저열량 간편식, 식물성 단백질 식품 등 건강 지향형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단순 내수식품 기업에서 글로벌 HMR 수출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미국·일본 법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형 구조로 체질 전환이 진행 중이며, 최근 환율 상승 구간에서 실적 모멘텀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④ 프레시지(950220)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간편식 OEM 수출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이 포화되자 북미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 및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요 HMR 브랜드들의 OEM·ODM 수주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직접 브랜드보다 변동성이 낮고, 수출 확대 시 실적 반영이 빠르다는 점이 강점이다.
⑤ 푸드나무(290720)
건강식 간편식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기업이다. 단백질 도시락·컵식 간편식을 중심으로 해외 온라인 유통(특히 북미 중심)을 본격화하고 있다. ‘헬스 간편식’이라는 세부 카테고리에서 고단가·고마진 제품 구조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건강식품과 간편식을 잇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자면
HMR 카테고리는 단가(ASP)가 높고,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산업이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식품주는 더 이상 ‘방어주’가 아니라 성장주 포지션으로 재평가될 시점이다.
라면이 K-푸드의 1막을 열었다면, 이제 간편식이 K-푸드 2막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