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MLCC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Multi-Layer Ceramic Capacitor)는 전자제품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AI 서버까지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며, 회로의 안정성을 높이고 전류를 제어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는 MLCC를 주력으로 하는 대표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약 1/3가량이 MLCC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삼성전기의 실적은 곧 MLCC 업황과 밀접하게 연동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MLCC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AI와 전기차라는 두 축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들 산업이 필요로 하는 MLCC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2024년 약 125억~23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MLCC 시장이 2030년대 초반에는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본다. Mordor Intelligence는 2029년 600억 달러 이상, Research Nester는 2037년 1,0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글로벌 MLCC 수요 확대
가장 먼저 눈여겨볼 부분은 AI 서버다. 고성능 GPU와 메모리가 탑재된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최대 5~10배 많은 MLCC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5년 3분기 글로벌 MLCC 주문량이 전분기 대비 약 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서버 수요 확산이 곧바로 MLCC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이다. 전기차 한 대에는 평균 2만~3만 개의 MLCC가 들어간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2~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전장용 MLCC는 고온·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고, 따라서 수익성 또한 일반 MLCC보다 뛰어나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2024년 전장용 MLCC 매출 목표를 1조 원, 2025년에는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공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이 외에도 5G·800Gb 네트워크 장비,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LiDAR 센서 등에서도 MLCC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교세라 AVX는 0402 사이즈(1.0×0.5mm)라는 초소형 규격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47µF 용량 MLCC를 개발, 2025년 말 양산을 예고했다. 이는 소형화와 고용량화를 동시에 달성한 혁신 사례로, 앞으로 MLCC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MLCC 수출 동향
최근 2년간 한국의 MLCC 수출은 큰 변동을 겪었지만, 2025년 들어서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 2023년에는 5월(+36.9%), 8월(+43.8%) 등 강한 반등이 있었고, 누적 기준으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 그러나 2024년에는 5월 -19.3% 등 역성장이 이어지며 단가도 크게 하락(-20% 이상 YoY)했다.
- 2025년 들어서는 6~8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12.2% → +17.2%)을 기록했고, 누적 수출도 8월 +5.4%로 개선되며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는 흐름을 보였다.
즉, 그래프는 2024년 부진 → 2025년 회복이라는 전환점을 명확히 보여주며, AI 서버·전기차 수요 확대와 함께 업황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별 최근 동향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MLCC 기술력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꼽힌다. 600층 적층 고용량 MLCC를 확보했으며, AI 서버와 전장용 MLCC에 집중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재편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BYD 전기차향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LiDAR 센서에 탑재되는 초소형 MLCC를 개발해 자동차 부품 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주가 역시 2025년 9월 기준 3년 7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라타(Murata)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무라타는 AI 서버 및 전장용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CAPEX를 50% 확대했고, 2030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4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신뢰성·고전압 MLCC 분야에서는 여전히 가장 앞서 있으며, 삼성전기와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중소형 업체
삼화콘덴서 등 국내 중소형 업체들도 전장·친환경차 MLCC를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규모의 경제 격차는 여전해, 특화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 관점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KB증권은 기존 174,000원에서 240,000원으로, 메리츠증권은 210,000원으로 올렸으며, 하나증권 역시 240,000원을 제시했다. 근거는 명확하다. AI 서버·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MLCC 업황 회복과, 삼성전기의 고부가 MLCC 중심 포트폴리오 확장이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는 기대다.
시사점
MLCC 시장은 이제 단순한 전자부품 산업을 넘어, AI와 전기차라는 차세대 성장 스토리와 직결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이미 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30년대에는 수백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전체 매출의 약 1/3을 MLCC에서 창출하며, 실적 흐름이 곧 MLCC 업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MLCC는 AI, 전기차, 네트워크, 로봇 등 새로운 수요처의 확대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힘입어 구조적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MLCC 관련 기업들을 단순 전자부품주가 아니라 미래 산업 성장의 직접 수혜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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